극한의 훈련 방식은 소통, 서울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에디터 : 정혜인 기자

수영과 자전거, 달리기 3가지 종목을 한번에 해내야 하는 트라이애슬론. 거리가 얼마든 말만 들어도 몸서리쳐지는 극한의 스포츠가 올림픽 공식 종목이 된 것은 2000년, 하지만 훨씬 이전부터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하고 어떠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이들의 무대로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해가 거듭될수록 지자체를 비롯한 관련 기관과 기업들에 의해 펼쳐지는 크고 작은 대회의 종류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끌어 모았고, 요즘은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는 극한의 스포츠라 해도 과언이 아닌 종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개인의 취미로 두어 자신의 목적에 맞게 즐기는 일반인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각종 선수권 대회에서 국위선양하는 엘리트 선수들도 존재한다. 그 중 서울시청 소속 실업팀에서 활동 중인 선수들과 지도자들을 만나봤다.
오랫동안 지도자를 맡고 있는 안경훈 감독과 장유정 코치, 그리고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7명의 선수들이다. 이들이 생각하는 트라이애슬론이란 무엇인지, 어떤 방식의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지, 입문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등 향후 트라이애슬론 선수를 꿈꾸거나 본격적으로 입문하려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거리를 서울시청 트라이애슬론팀과의 인터뷰라는 소통의 창구를 통해 전한다.


트라이애슬론이란(TRIATHLON)이란,

우선 트라이애슬론이란 개념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겠다. 보통 철인3종이라는 표현과 동일시하게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간략히 정의하자면, 철인3종은 아이언맨(IRONMAN)에서 나온 말로 트라이애슬론 경기 종목 중 하나다.
트라이애슬론에는 기준점이 되는 국제 표준 코스인 올림픽룰(1.5km - 40km - 10km)을 포함해 5개 코스가 있다. 가장 짧은 길이의 수퍼 스프린터(400m - 10km - 2.5km), 스프린트(750m - 20km - 5km), 남녀가 각 2명씩 팀을 이루는 혼성팀 계주(300m - 8km - 2km), 올림픽룰의 두배 거리인 ITU 공인 장거리 코스(3.0km - 80km - 20km), 그리고 3.9km - 180km - 42.195km(마라톤)를 17시간내 완주하는 풀코스가 있는데, 가장 유명한 대회 브랜드가 아이언맨(IRON MAN)이어서, 철인3종이라 불리고 있다.
이외에 변종 경기로, 수영, 자전거, 달리기 중에 두가지만 묶어서 진행되는 경기도 있다. 자전거와 달리기로 구성된 듀애슬론, 수영과 자전거 구성의 아쿠아바이크, 수영과 산악자전거, 산악달리기로 구성된 크로스 트라이애슬론 등이 있다.



서울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창단 15년, 그 배경에 선 안경훈 감독, 장유정 코치

2005년 2월 서울시청에서 지원받는 트라이애슬론팀이 처음 창단됐다.
안경훈 감독은 "트라이애슬론연맹 전무이사로 활동할 당시, 본격적으로 선수를 발굴하고 팀을 꾸리는데 어디서 선수를 데리고 와야할지도 고민이었지만, 지원이 없어서 많이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근대5종과 수영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아마추어 선수들을 어렵게 영입하게 됐는데,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되기도 했던 문시은 선수를 포함해 이일형 선수, 이영일 선수, 이창연 선수가 그 첫번째 멤버"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서울시의 지원이라는 날개를 달고 나서 선수들의 출중한 실력이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개인 성적은 물론 단체 금메달을 끌어내는데 무리가 없었다. 선수들의 팀 이적을 통해 허민호 선수와 같은 유명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합류했던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팀 감독과 전국 철인3종경기 심판위원장을 역임했던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 안 감독의 실력 있는 지도로 오랫동안 상위 랭킹에 머무르고 많은 응원을 받을 수 있었을 게다.

현재는 이준형, 임종율, 서승훈, 강희창 4명의 남자 선수와 이송란, 김희진, 김규리(국가대표) 3명의 여자 선수를 감독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 기록을 기준으로 상위권 랭킹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며, 그간의 아시아선수권과 전국체육대회에서 메달과 우수한 성적을 끌어낸 기록이 있다. 

2009년, 정식으로 여성팀이 꾸려졌다. 1세대를 대표하는 선수라 할 수 있는 장유정 사이클 선수가 코치로 영입되면서 현재까지 안경훈 감독과 호흡을 맞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장유정 코치는 "지도자의 길을 걷기 전까지 나도 누군가에게 지도를 받는 한 명의 선수였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지도를 하는 입장이 되었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매우 컸다. 선수시절에는 사실, 감독님이 누구냐에 따라 많은 부분에서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었다. 이제는 내가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입장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심리적 부담감이 컸고, 늘 함께 운동하던 동료들과의 관계도 선수 대 선수가 아닌, 코치 대 선수로 마주한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 잘해낼 수 있을까 스스로 던진 의문에서 압박감을 크게 느꼈다"며 당시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의 고충이 전혀 상상되지 않을 정도로 아마추어와 프로에게 실력파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다. 아마도 잠재된 그녀의 악바리 근성 덕분이지 않았을까. 다양한 실업팀과 국가대표 선수로의 활동, 유소년과 청소년코치, 그리고 지금의 자리까지 오는 동안, 작고 여린 체구의 여성이라는 본질적인 사실이 오히려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시선에 대한 무기가 되어 악착같이 이겨내게 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팀 감독과 전국철인3종경기 심판위원장을 역임했던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 안경훈 감독.


장유정 코치, "지도자의 길을 걷기 전까지 나도 누군가에게 지도를 받는 한 명의 선수였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지도를 하는 입장이 되었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매우 컸다. 내가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입장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심리적 부담감이 컸고..."



고되고 힘든 트라이애슬론, 왜 하는가?

"트라이애슬론은 중독이다" 장 코치의 표현이다.
"비 오면 쉬는 게 아니라, 수영장에 가야 되고, 날씨가 좋으면 밖에서 자전거와 달리기를 해야 되고, 미세먼지가 많으면, 실내에서 가상 인도어 프로그램인 즈위프트로 훈련을 시킨다. 사이클 엘리트 선수로 활동할 때처럼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쯤 이걸 왜 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이 스칠 것이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고 나면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중독자처럼 찾게 만든다. 동호인들의 표현처럼, 마치 종교 같다"

'왜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감독과 코치를 비롯한 7명의 선수들이 각자 스스로에게 한번씩 던졌던 질문이고, 누군가로부터 수도 없이 받아본 질문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은 찾지 못한 듯 보였다. 아니, 없는 듯 보였다.

선수들은 빠르면 초등학생때 주니어 선수부터, 청소년시절부터, 늦게는 20대 초반부터 시작해 5년에서 11년을 트라이애슬론 선수로 활동해왔지만 경기 참가를 앞두고 훈련을 하는 어느 순간, 경기에 집중하는 어느 순간에 "내가 이걸 도대체 왜 하고 있지?" 경기가 끝나면 '다시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부딪힌 적이 있다. 그리고 목표를 해냈을 때 성취감에서 오는 희열이 말할 수 없이 크단다. 아마 그 감정이 질문에 대한 1차 해답일테다. 그 이면에는 항상 부족한 무엇인가가 찜찜하게 남는 탓에 다음을 더 열심히 준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희열과 아쉬움', 대부분의 스포츠가 그러할 테다. 그러나 극한에 도전하는 종목인만큼 이 두가지 단어가 가지는 의미의 폭은 아마 그 어떤 것보다 더 크지 않을까 생각된다.

"트라이애슬론은 중독이다"






서울시청팀의 훈련노하우는 '소통'이다

"윽박지르고 억지로 끌고 가려 하는 강압적인 훈련이 전부인 줄 알았다. 서울시청팀으로 이적하기 전에는.." 한 선수의 표현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곳에는 소통이란 게 있다. 선수의 특성과 상태를 파악하고, 선수에게 필요한 것을 찾는다. 매우 체계적인 훈련 스케쥴로 선수들을 관리하는 감독님과 코치님은 항상 소통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세심하게 관리해 오셨다"고 강조했다. "물론 강압적인 훈련이 감행되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왜 필요한지, 왜 반드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늘 뒷받침되어 왔다. 그리고 늘 칭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에 감사하다"

여성 선수의 경우, "남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선이 있다. 다른 팀에는 없는 여성 지도자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또 여성이라고 대충 훈련하지 않는다. 미약한 부분이나 숨겨져 있던 실력을 끌어올려 더욱 발전할 수 있게 애쓰는데 아낌이 없다"

두 지도자의 이 같은 방식은 선수들이 인격적으로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준다. 어차피 이적하면 그만인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선수를 대하는 팀도 비일비재해 단발성이라는 말이 오가고, 선수를 상품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서울시청팀에서 만큼은 오히려 팀워크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누구나 마찰이 생기기 마련이다. 선수와 감독 간에도 마찬가지다. 자신만의 훈련 방식이 있는데, 그 고집이 쉽사리 꺾어지지 않을 때 잦은 마찰이 발생한다. 골이 깊어지면 스트레스로 인한 실력은 불 보듯 뻔하고, 운동은 더 이상 즐거운 것이 아닌 게 된다. 마찰을 어떤 방식으로 해소시킬 수 있는지, 또는 피해갈 수 있는지는 소통이라는 방식이 알려줄 것이라는 게 안 감독의 답변이다.

그는 "억지부리는 것은 옛날 방식이다. 선수가 느끼는 것을 모르니 강압적일 수 밖에.. 이제는 바꿔야 한다. 감각 트레이닝이야말로 실력을 향상시키는 근본적 대책"이라고 자신했다.

"이 곳에는 소통이란 게 있다. 선수의 특성과 상태를 파악하고, 선수에게 필요한 것을 찾는다. 매우 체계적인 훈련 스케쥴로 선수들을 관리하는 감독님과 코치님은 항상 소통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세심하게 관리해 오셨다"고 강조했다.

여성 선수의 경우, "남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선이 있다. 다른 팀에는 없는 여성 지도자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또 여성이라고 대충 훈련하지 않는다. 미약한 부분이나 숨겨져 있던 실력을 끌어올려 더욱 발전할 수 있게 애쓰는데 아낌이 없다"




시작하려는 입문자에게, 겁먹지 마라

점점 더 도전자들이 늘고 있다. 호기심에 시작했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보기 위한 것이든,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갖기 위한 것이든 목적은 각기 다르지만 시도해 볼만한 매력을 가진 게 분명하다. 그러나 막상 계획을 짜고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면, 혹은 경기 날짜가 다가올수록 압박감이 밀려와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을 위해 트라이애슬론 선수생활 11년차인 선수는 "겁먹지 마라, 어린아이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도전하는 게 트라이애슬론이다"며 조언했다. 그리고 "직접 체험해봐라, 왜들 그리도 열광을 하는지, 왜 매니아층이 점점 늘어나는지 직접 느껴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5년차 선수는 "기초를 탄탄히 하는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가장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클릿도 잘 못 빼면서 라이딩을 나가는 무리수는 시도하지 말았으면 한다"며 안전에 대한 경각심도 거질 것을 당부했다.

"겁먹지 마라, 어린아이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도전하는 게 트라이애슬론이다"
"직접 체험해봐라, 왜들 그리도 열광을 하는지, 왜 매니아층이 점점 늘어나는지 직접 느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선수들이 생각하는 트라이애슬론에 대한 철학

선수들에게 각자가 생각하는 트라이애슬론에 대한 철학을 물었다. 만약 친구들이 나도 도전해 볼까라고 물어본다면, 글쎄.. 라는 반응이 먼저였지만, 막상 자신의 철학에 대해서는 긍정적이고 관대하다. 도전은 하되, 신중하게, 그리고 과감하게 하라는 의미로 보여진다.

이송란 선수는 "트라이애슬론은 나의 일부다. 사회에서 쉽게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여러 관계속에서 배우고 얻었다. 훈련과 경쟁 구도, 일련의 과정에서 얽혀지는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 느낀 깨달음이 지금의 나로 성장시켜 주었다."

이준형 선수는 "심신 수양이다. 어떠한 사건을 마주하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예전에 나를 뒤돌아보면 굉장히 다혈질이었고,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가 없었다. 지금은 정신수양으로 득도라도 한 듯이 많이 차분해진 편이고 옆사람도 둘러보는 여유가 생겼다. 또 항상 긴장감을 놓지 않는 습관은 사회생활에서 꽤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강희창 선수는 "미친 짓이다. 운동에 미치지 않고 서야 쉽지 않은 종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희열은 엄청나다."

임종율 선수는 "극한이다. 트라이애슬론 선수 활동이전에 근대5종 선수를 했었다. 승마와 펜싱, 사격, 수영, 크로스컨트리(육상) 5종목을 해내야 했다. 트라이애슬론 보다 종목 수는 많지만, 육체적으로 비할 바가 아니다."

서승훈 선수는 "트라이애슬론은 오뚜기다. 주저 앉고 쓰러지고 싶을 때 마음을 다잡게 하고, 몸이 다치고 불안해도 다시 일어나 끝까지 해내고 싶게 만든다."

김희진 선수는 "인내다. 단거리 종목과는 다르게 중간에 흐름을 놓치면 망치게 된다. 오버페이스를 하게 되면 흐름이 끊어지게 된다. 평준화를 유지하는 인내력이 승부 차이를 준다. 이것은 내 삶에서의 인내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트라이애슬론은 나의 일부다. 관계속에서 쉽게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상당히 얻었다."

"심신 수양이다. 어떠한 사건을 마주하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미친 짓이다. 운동에 미치지 않고 서야 쉽지 않은 종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희열은 엄청나다."

"극한이다. 트라이애슬론 선수 활동이전에 근대5종 선수를 했었다. 트라이애슬론 보다 종목 수는 많지만, 육체적으로 비할 바가 아니다."

"트라이애슬론은 오뚜기다. 주저 앉고 쓰러지고 싶을 때 마음을 다잡게 하고, 몸이 다치고 불안해도 다시 일어나 끝까지 해내고 싶게 한다."


트라이애슬론 대중화 지름길, 접근이 쉬운 경기 필요

장유정 코치는 "접근하고자 하는 이들은 많은데 문턱이 좀 높은 편이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난이도 낮은 경기가 다양해졌으면 한다. 또는 혼자서 모든 경기를 다하는 게 아니라, 팀으로 이뤄진 구성원이 자신 있는 종목을 하나씩 맡아 진행하는 번외 경기를 통해 트라이애슬론이라는 스포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작은 쉬웠어도 스스로 욕심을 내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난이도를 높여 참여 의지를 나타낼테니,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트라이애슬론이 부담된다면, 듀애슬론, 아쿠아애슬론처럼 두 종목으로 이뤄진 경기도 입문자들이 즐겁게 도전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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